해외뉴스

“아시아 부자들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3565628 | 2010-03-04 00:34:29


[중앙일보 한우덕.조용철] “한국을 ‘아시아 부자들의 놀이터’로 만들고 싶다. 서울에서 항공기로 4시간 거리에 있는 인구가 23억 명이나 된다. 럭셔리급 부자만 수억 명에 이른다. 스위스는 같은 거리에 3억 명을 두고도 ‘세계 부자들의 놀이터’가 되지 않았는가. 스위스가 할 수 있다면 당연히 한국도 할 수 있다.”

이참(56·사진)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말이다. 그는 올해부터 3년간 계속되는 ‘한국 방문의 해’의 책임자다. 그로부터 외국 관광객들을 모을 방안은 어떤 것인지, 특히 아시아인과 이웃 중국인들을 끌어들일 복안은 무엇인지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관광산업의 가능성은.

“한국은 산이 전 국토의 75%를 차지하고, 그림같이 아름다운 섬이 4000여 개나 된다. 그런 곳에 방해 받지 않고 쉴 수 있는 고급 휴양지를 만든다면 부자들이 모일 수밖에 없다. 해외여행은 속성상 이웃 나라를 찾는 비율이 높다. 우리 주변에는 선진 일본과 신흥 부국인 중국, 그리고 자원 부국 아세안이 있다. 그들에게 ‘한국에 가면 편하게 쉴 수 있다’는 믿음을 팔아야 한다. 수려한 자연과 풍부한 문화 콘텐트에다 안전·청결·안락 등의 소프트 인프라 등을 갖추면 한국은 분명 아시아 최고의 ‘부자 놀이터’가 될 것이다. 특히, 부유층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 많은 중국을 연구하고 공략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약 134만 명으로 중국 전체 해외관광객(홍콩·마카오 제외)의 약 9%였다. 이 비율을 30%까지 올려야 한다. 나는 관광공사 사장으로 부임한 뒤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베이징에서 자금성(紫禁城)을 보아온 중국인들이 과연 한국의 경복궁을 보고 감동할 수 있을까.

“껍데기만 보여주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세종대왕은 여성 노비들이 아이를 낳으면 출산 전 한 달, 출산 후 100일 동안 쉬도록 했다. 요즘 말로 출산휴가다. 남편 노비들도 한 달간은 일을 시키지 않았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1420년대 얘기다. 말 그대로 복지국가다. 당시 유럽은 암흑기였다. 경복궁 관광객들에게 이런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을 들려준다면 최고의 관광상품이 될 것이다. 관광은 ‘감동’이다.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껍데기 경복궁이 아닌 그 속에 깃든 역사와 문화를 팔아야 한다.”

-한국에 관광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지난해 관광수입이 약 93억 달러다. 소나타 자동차 60만 대를 수출해서 버는 것과 맞먹는다. 62만 개의 고용창출 효과도 있다. 오늘 투자하면 내일 바로 결과가 나오는 게 관광산업이다.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하면 아시아 최고의 관광국이 될 수 있다. 그동안 IT 분야에 많은 돈을 쏟아 부었더니 ‘IT 강국 코리아’가 됐다. 관광산업도 마찬가지다. 매력적인 관광산업에 투자해야 한국의 미래가 보인다.”

-현실은 암울하다. 덤핑 관광으로 ‘어글리 코리아’ 이미지가 확산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60~70년대에 비슷한 현상이 있었지만 경제와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중요한 것은 관광객 숫자가 아니고 관광의 질이다. 나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고 본다.”

-관광은 마케팅이 중요한 것 아닌가?

“마케팅보다 중요한 게 인식의 전환이다. 예로, 급성장하는 중국 관광시장을 노려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중국인에 대한 인식은 왜곡돼 있다. 중국인에 대한 존중, 중국 관광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 그들에 대한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절실하다. 중국을 존중해야 중국 관광객이 더 몰려든다. 그들을 상대로 배려의 전통이 강한 우리 문화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우리 문화가 ‘배려의 전통’이 강한 편인가?

“한국은 전통적으로 외래 문화를 독창적으로 재창출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유교·불교·기독교가 서로 존중하고 공존한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나라는 없다. 전통의식 속에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퓨전(융합)과 배려, 그게 한국 문화의 정수다. 드라마 ‘대장금’은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도 8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왜 그런가? 지나는 객을 불러 하루 재워주고, 상대방의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도와주는 ‘배려의 코드’가 그들을 감동시킨 것이다.”

-스위스처럼 하자고 했는데, 한국은 스위스와 여건이 다르지 않은가.

“스위스 관광자원이란 게 사실 산을 빼면 거의 없다. 바다가 있는 것도 아니고, 로마와 같은 역사 유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물가는 아주 비싸다. 그럼에도, 세계 최고 관광국의 명성을 지키는 것은 안전·청결·안락 등 소프트 인프라를 깔았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면 편하게 쉴 수 있다는 믿음을 상품화한 것이다. ”

-관광 한국의 이미지는 어떤 걸로 잡아야 할까.

“일부에선 한국의 이미지를 ‘IT(정보기술) 강국’으로 한다고 하는데, 이는 기능적 가치일 뿐이다. 애니콜·현대자동차·고화질TV 등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서 관광객이 많이 오는 건 아니다. 관광 한국을 위해선 감성적 가치를 개발해야 한다.”

-자신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하는 말이 있다면.

“‘글로벌 코리안’이라고 불러달라. 독일에서 산 것보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더 길다. 나 스스로 다른 사람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 ”

글=한우덕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이참=1954년 독일 바트크로이츠나흐에서 태어났다. 구텐베르크대학을 졸업한 뒤 78년 주한 독일문화원 강사로 한국에 왔다. 86년 한국에 귀화했다. 당시 한국 이름은 ‘한국(韓)’을 ‘돕는다(佑)’는 의미의 ‘이한우’였으나 2001년 한국사회에 ‘참여한다(參)’는 뜻을 담아 ‘이참’으로 바꿨다. 2009년 8월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1982년 한국인과 결혼해 1남1녀를 두고 있다.

▶한우덕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woody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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